본문 바로가기

it's a bit oldfashioned

some things




are changed.




1. 교복


명일동의 사랑하는 그들과 함께 인견 이불을 보러 간 둔촌상가에서 뜻하지 못한 복병을 만나다.


교복.


우리 매일 만나던 시절, 그 때 네가 입었던 그 교복.


바지가 체크무늬였다는 것, 재킷이 남색 빤딱거리는 재질이었다는 것, 흰 색 셔츠였다는 것 빼고는


넥타이 색깔도 와펜 모양도 전혀 기억나지 않았지만


그래도 갑자기 가슴이 설레오며 두근거리게 만들던 그 교복.


나는 네가 교복 입는 것을 무척 좋아했지만 너는 귀찮거나 바쁜 날이 아니면 입지 않았었지.


아마 그 체크무늬 바지 때문이었을 거야- 사람들이 촌스럽다고 했었으니까.


그래도 난 한 개쯤 푼 단추가 풀어헤친 그 깃이 멋져서 네가 교복 입고 오기를 매일 고대했었어.


그 때 내 감정은 참 순수했었어. 아까 그렇게 느꼈어. 갑자기 새록새록 되살아나는 거야.


옆에서 꼬맹이는 "와 언니 여기 교복 모아서 파나 봐. 이렇게 해놓으면 비교하기 편하겠다." 하면서


제법 굵어진 머리를 굴리고 있었는데, 나는 그 때, 너를 생각했어.




그래도, 그래도 말이야.


아무리 네가 나를 나만큼 좋아하지 않았다고 해도 말이야,


싫어하는 사람의 볼에 네 입술을 맞출 수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서,


나는 아직도 그 버스 정류장을 기억해. 언제나 생각이 나.


비록 너의 그 알량하고 짧은 생각 때문에 너라는 존재를 더는 마주치고 싶지 않아졌지만


2006년, 그 때의 네가,


나를 종종 데려다주던 그 버스정류장 초록 철 울타리에 붙여놓은 미니쉘 스티커,


그것도 알맹이 아니고 배경 스티커. 알맹이는 쏙쏙 빠진, 슬라이드 필름 같은 그 스티커,


가끔 지나치면, 확인하고 가곤 해.


6년이 지난 작년에는 멀쩡하게 붙어있었는데, 올해에는 잘 살아있을까?




너, 를 키워드로 얘기하자면,


물리, 수학, 이름은 차마 말 못하겠는 너의 고등학교, 또치, coogi homme, 하얀 피부, 축구, 기다란 손,


미소, 목소리, 버즈, 스타크래프트, 후드티, 그 버스 정류장, 우리 집 앞 초등학교 담벼락, 그리고...








2. 엄마


엄마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.


연예인들이 여러 프로그램에 나와서 귀가 닳도록 앓았다고 호소하는 그 병.


우리 엄마는 왜 걸렸을까?


취직을 앞둔 나 때문일까?


이기지도 못할 술을 매일 마시는 아빠 때문일까?


군대 간 동생 때문일까?


아니면, 52년 세월동안 축적된 것들 때문일까?


아직 알 수 없다. 그래서 치료를 권유해드렸고 이제 예약해드리려고 한다.


무엇이든 엄마를 힘들게 하는 것이 있으면 다 죽여버리고 싶다. 내 엄마, 내 사랑이니까.


불쌍한 우리 엄마. 불쌍한 나를 그래도 마지막 한 켠에서 보듬어주는 우리 엄마.


아 눈물 나기 전에 이건 그만 써야지








3. 


여기 저기 수도 없이 널려 있는 너의 것들


'정말로' 버리고 싶은데 '차마' 버리지 못하겠다


미친 것이 맞다. 그만큼 잊어야겠지.


소요시간 : 30








4. 상대적 박탈감


옛날 어느 드라마에서 유명 연기자의 조카 역할로 연기했던 예뻤던 아역 배우가 이제는 곱게 성장해서


최근 어느 드라마에서 주연을 맡았다는 뉴스를 보았다.


내 기억에 그 아이는 참 예뻤고 지금도 정말로 예쁘다.


그래서 짜증났다. 나는 그렇지 못해서.


며칠 전에 보내본 지원서도, 처음에는 그 사람이 한 번 보내보라는 식으로 얘기하더니,


분명히 읽었을 게 뻔한데 답장 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 짜증난다.


나 그렇게 안 늙었거든! 그렇다고 못생긴 것도 아니거든!


하고 외치고 싶지만, 그바닥 현실이 이렇다는걸 소소(?)하게나마 체험하게 해준 사건이었다.


젠 장 .








5. 꿈


과 현실


무대가 좋은데 현실은 사무실행 예정이라니


고자라니, 내가 고자라니!


이것은 꿈의 고자인 어느 여인의 불행한 사자후!










'it's a bit oldfashioned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사진이 싫지만 싫을 수 없음을  (0) 2016.12.26
au revoir  (0) 2014.05.21
말하자면  (0) 2014.04.08
대한민국, 올림픽  (0) 2014.02.19
개빡쳐  (0) 2013.12.24